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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자 여행사에서 안내한 식당에서 식사후 설사에 대한 위험 고지 않아도 안전배려 의무위반 해당 안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5. 1. 선고 2018가합522800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 1. 김AA, 2. 권BB, 3. 권CC,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강남, 담당변호사 조기연, 황혜영

【피고】 ◇◇◇여행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배기완, 박봉규

【변론종결】 2019. 3. 13.

【판결선고】 2019. 5. 1.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김AA에게 195,896,359원, 원고 권BB에게 122,880,319원, 원고 권CC에게 117,880,319원 및 각 위 돈에 대하여 2018. 2. 1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김AA는 망 권DD(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 원고 권BB, 권CC는 망인의 자녀들이고, 피고는 원고 김AA 및 망인과 2018. 2. 11.부터 2018. 2. 21.까지 이집트 일대(카이로, 아스완, 아부심벨)를 여행하는 내용의 기획여행계약(이하 ‘이 사건 여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여행업자이며, 김EE는 피고의 위탁을 받고 위 여행계약의 이집트 현지 일정을 진행한 국외여행 인솔자이다.

나. 이 사건 여행계약에 따라, 원고 김AA와 망인 및 다른 여행객 29명은 2018. 2. 12. 16:30경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하였고, 다음날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을 관람한 후 기자(Giza) 시내의 뷔페식 식당인 ‘Sun Z Restaurant and Lounge'(이하 ‘이 사건 식당’이라 한다)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망인은 위 식사 직후 도착한 박물관에서 복통과 설사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하였고, 얼마 후 원고 김AA도 설사 증상을 보였으며, 망인은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구토를 하기도 하였다.

다. 야간열차를 타고 2018. 2. 14. 오전경 아스완역에 도착한 망인과 원고 김AA는 김EE로부터 병원에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고는 지사제를 먹었으니 기다려 보겠다고 답하며 당일 오전 관광을 취소한 채 버스 안에서 쉬며 다른 여행객들을 기다렸고, 오후에도 여행 일정에 동행하지 않고 김EE에게 요청하여 숙소인 크루즈 호텔로 이동하여 휴식을 취하였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라. 2018. 2. 15. 03:00경 원고 김AA는 망인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김EE에게 전화로 상황을 알렸고, 김EE는 같은 날 03:15경 위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를 요청한 다음 망인을 위 호텔 로비로 이동시켰다. 그 자리에서 원고 김AA는 망인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김EE는 망인의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마. 구급차가 2018. 2. 15. 04:15경 위 호텔에 도착하여 같은 날 04:30경 원고 김AA와 망인을 인근의 아스완대학병원으로 호송하였으나 망인은 위 병원에 도착할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김EE는 원고 김AA와 망인의 여권을 챙겨 다른 차를 타고 뒤따라가 10여 분 후 위 병원에 도착하였다.

바. 원고 김AA의 의사에 따라 망인의 시신에 대한 부검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원고 김AA는 인근의 기독교 병원(Evangelical Mission Hospital)으로 전원하였다. 위 기독교 병원 의사는 원고 김AA에 대한 혈액 및 대변 검사를 실시한 다음 원고 김AA에게 설사 증상이 지속되는 원인이 기생충(아메바증) 때문이라고 진단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13, 19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각 가지 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7호증의 각 기재, 증인 김EE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1) 망인은 이 사건 식당에서의 점심 식사 이후 극심한 설사와 구토 증세를 보이다가 2018. 2. 15. 새벽경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 김AA에게서 아메바증이 검출된 점으로 볼 때 망인 역시 아메바증에 감염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망인과 원고 김AA는 이 사건 식당에서 섭취한 음식물을 통해 아메바증에 감염되었고, 망인은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인바, 피고는 망인 및 원고 김AA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

가) 피고는 현지 식당의 위생 상태나 여행자의 감염 위험성 등을 조사·검토하여 감염에 의한 급성 설사 등의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으므로, 망인과 원고 김AA가 여행일정에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식당에서 섭취한 음식물을 통해 세균에 감염되고 이로 인해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자체로 피고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나) 피고는 여행 중 주의해야 할 질병 등 이집트의 안전정보에 대해 여행자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려 위험 발생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 사건과 같은 감염성 질병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고 그로 인한 증세가 발현될 경우 여행자가 취하여야 하는 조치 등에 대해 고지하지 않아 망인과 원고 김AA를 위험에 노출되도록 하였다.

다) 나아가 피고는 여행자에게 발생할 위험에 대비하고 위험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제거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데, 김EE는 사전에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병원을 파악해 놓지 않았고, 망인이 극심한 설사와 구토 증세를 겪는데도 별다른 의료조치를 받도록 하지 않아 상태의 악화를 방치하였으며, 망인이 쇼크에 빠진 긴급 상황에서도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병원 호송까지 무려 1시간을 지체하였다. 한편 김EE는 구급차에 동승하지 않아 망인과 원고 김AA가 아스완병원 도착 직후 의료진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병원은 시설이 열악하여 망인의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병원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2) 피고의 위와 같은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망인이 사망하고, 원고 김AA는 아메바증에 감염되었으므로 피고는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일실수입, 위자료 등)와 원고 김AA의 감염으로 인한 손해(치료비, 위자료 등)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망인에게 발생한 손해는 307,581,117원(= 일실수입 137,622,566원 + 일실퇴직금 19,958,551원 + 위자료 150,000,000원)이고, 이를 원고들이 상속지분에 따라 각 상속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 김AA에게 195,896,359원[= 상속금액 131,820,479원 + 치료비 151,230원 + 시신 운송비용(망인) 3,924,650원 + 본인 감염으로 인한 위자료 10,000,000원 + 망인 사망으로 인한 위자료 50,000,000원], 원고 권CC에게 122,880,319원[= 상속금액 87,880,319원 + 위자료 30,000,000원 + 장례비(망인) 50,000,000원], 원고 권CC에게 117,880,319원(= 상속금액 87,880,319원 + 위자료 3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관련 법리

1) 기획여행업자는 통상 여행 일반은 물론 목적지의 자연적·사회적 조건에 관하여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행선지나 여행시설의 이용 등에 관한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반면, 여행자는 그 안전성을 신뢰하고 기획여행업자가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여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기획여행업자가 여행자와 여행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기획여행업자는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행목적지·여행일정·여행행정·여행서비스기관의 선택 등에 관하여 미리 충분히 조사·검토하여 전문업자로서의 합리적인 판단을 하여야 한다. 그에 따라 기획여행업자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 또는 그 이후라도 여행자가 부딪칠지 모르는 위험을 예견할 수 있을 경우에는 여행자에게 그 뜻을 알려 여행자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를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그 여행계약 내용의 실시 도중에 그러한 위험 발생의 우려가 있을 때는 미리 그 위험을 제거할 수단을 마련하는 등의 합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여행 실시 도중 위와 같은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기획여행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사고와 기획여행업자의 여행계약상 채무이행 사이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성이 있고, 그 사고 위험이 여행과 관련 없이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야 하며, 기획여행업자가 그 사고 발생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사고 위험을 미리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기획여행업자가 취할 조치는 여행일정에서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추상적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일 필요는 없고, 개별적·구체적 상황에서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필요한 조치이면 된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다6293 판결).

2) 어느 특정 위험에 대하여 여행업자가 이를 조사·검토하여 여행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부담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위험의 과거의 발생빈도와 앞으로의 발생 가능성의 정도, 그에 대한 여행업자의 예측가능성의 유무 및 그 위험으로 인하여 여행자에게 예상되는 피해의 정도 등 당해 위험과 관련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1875 판결 참조).

3) 의사의 사체 검안만으로 망인의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었음에도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우리나라에서 유족들이 죽은 자에 대한 예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검을 꺼리는 경향이 있긴 하나, 그렇다고 하여 사망 원인을 밝히려는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유족에게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보다 더 유리하게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는 없으므로,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12258 판결).


다. 판단

1) 이 사건 식당을 여행일정에 포함시킨 것과 관련한 안전배려의무 위반 여부

위 기초사실에 앞서 든 증거, 갑 제5, 12, 15, 16호증, 을 제3, 4,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망인과 원고 김AA가 이 사건 식당에서 섭취한 음식물을 통해 아메바증에 감염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피고가 이 사건 식당을 여행일정에 포함시킨 데에 기획여행업자로서의 조사·검토를 다하지 않은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망인이 사망하기 전에 보였던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이 아메바증에 감염되었을 경우의 증상이고, 망인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여행일정을 진행한 원고 김AA에게서 아메바증이 검출된 점으로 볼 때, 망인도 아메바증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망인에 대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아 직접적인 사망 원인과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고, 망인이 아메바증에 감염되었다고 보더라도 망인과 원고 김AA의 감염원이 명확히 특정된 것은 아니다.

나) 이 사건 식당에서 제공한 음식물에서 아메바증이 검출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자료는 없고, 원고 김AA와 망인, 김EE를 포함한 32명이 2018. 2. 14. 이 사건 식당에서 함께 점심 식사를 하였는데 원고 김AA와 망인 외에 아메바증에 감염된 사람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김EE의 증언에 따르면, 원고 김AA와 망인 외에도 3명의 여행객이 설사 증상을 보였는데, 그 중 1명은 하루 정도 지나 상태가 호전되었는바, 여행자 설사는 대부분 장독성 대장균(Enterotoxigenic Escherichia coli)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어 위 여행객이 아메바증에 감염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다른 1명은 이 사건 식당에서의 점심이 아닌 같은 날 저녁에 먹은 열차식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1명은 김EE가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하였으나 별다른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망인과 원고 김AA가 이 사건 식당에서 제공한 음식물 외에 개인적으로 섭취한 다른 음식물로부터 아메바증에 감염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다) 한편 이 사건 식당은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Trip Advisor' 웹사이트에 등록된 기자 소재 식당 1,753곳 중 77위에 소개될 정도로 인지도와 규모를 갖춘 식당으로, 피고를 통해 2017. 12.경부터 이 사건 무렵까지 이집트 여행을 간 300여 명 가량의 여행객이 이 사건 식당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이나 망인과 원고 김AA가 보였던 극심한 설사 등의 증상을 보였다는 자료는 없고, 여행객들 외에 위 식당에서의 식사 후에 아메바증에 감염된 사람이 있었다는 보고도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식당에서의 점심 식사를 여행일정에 포함시킨 것에 여행업자로서의 조사·검토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감염성 질병이 발생할 위험성의 고지와 관련한 안전배려의무 위반 여부

위 기초사실에 앞서 든 증거, 을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여행업자인 피고가 아메바증에 의한 감염성 질병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사회통념상 피고가 여행자인 망인과 원고 김AA에게 아메바증에 감염될 위험에 대하여 사전에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이질 아메바증은 사람의 대장 내에 기생하는 가장 흔한 기생충 중 하나로 주로 아메바 포낭에 오염된 음식물이나 물의 경구섭취에 의해 감염된다. 감염자 중 80% 이상에서 증상이 없고 10%만이 장관 감염을 일으키는데, 장관 감염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 독성 거대결장으로 진행할 수 있고 이 경우 40% 이상의 사망률을 보이지만 통계적으로 전체 감염자 중 소수(0.5% 정도)만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질병관리본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북부아프리카 지역은 여행자 설사가 매우 흔하므로 음식과 물의 섭취에 주의하여야 하고, 이질이 급성설사의 흔한 원인인데, 아메바증, 기타 기생충 질환도 흔하다’라고 안내하고 있는데, 북부아프리카 지역 중 이집트를 특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메바증은 건조에 대한 저항력이 비교적 약하여 멕시코, 중남미, 인도, 동남아시아, 동남아프리카 등 열대·아열대 기후를 가진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집트의 경우 대부분의 지역이 건조기후를 띠고 있다.

다) 이 사건 식당이 소재한 기자시의 경우 인근에 있는 관광 명소인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고, 피고의 경우만 보더라도 2017. 10.경부터 2018. 4.경까지 약 2,000명의 내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장소이다. 그런데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웹페이지에서 이집트 여행시 특별히 아메바증 등 감염성 질병의 위험성을 경고하거나 이집트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풍토병 등에 관한 안내를 하고 있지는 않으며, 이 사건 무렵 망인과 원고 김AA에게 나타난 증상을 겪었던 국내 여행객이 있었다는 자료도 없다.

라) 타지의 여행객들이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여행자 설사’는 대부분의 경우 자연적으로 증상이 완화되므로 탈수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을 보충하는 외에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이러한 정보는 일반 여행자에도 잘 알려져 있는 것이다(망인과 원고 김AA도 여행자 설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사제를 준비해 갔고, 설사 증상이 지속되자 김EE에게 요청하여 뜨거운 물을 섭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여행자 설사에 관한 일반적인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인솔자인 김EE는 여행객들에게 물과 음식을 가려서 먹으라는 취지로 말하여 여행자 설사를 예방하기 위한 일반적인 안내를 한 것으로 보인다.

3) 망인에 대한 조치와 관련한 안전배려의무 위반 여부

위 기초사실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앞서 본 것처럼 여행자들이 겪는 흔한 증상인 ‘여행자 설사’의 경우 별다른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것이어서 김EE가 망인을 즉시 병원으로 안내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곧바로 불합리한 조치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김EE는 망인과 원고 김AA에게 1차례 이상 병원에 갈 것을 권유하였는데, 망인은 지사제를 먹었으니 기다려보겠다고 답하였고, 이에 김EE는 2018. 2. 14. 저녁경 망인에게 뜨거운 물을 구해다 주고 원고 김AA에게 자신의 방 번호를 알려주면서 응급상황 발생시 연락을 취하도록 하였으며, 원고 김AA가 2018. 2. 15. 03:00경 김EE에게 망인의 긴급한 상황을 알리자 즉시 망인의 방으로 가 상태를 확인한 후 15분 만에 구급차를 호출하는 등으로 대처한 점,

③ 망인을 크루즈 호텔 로비로 옮긴 상황에서 김EE가 망인에 대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지는 않았으나 원고 김AA가 이를 시도하였고, 김EE도 망인의 손과 발을 주무르는 등의 조치를 취한 점,

④ 설령 피고에게 사전에 응급상황에 대처할 병원의 소재를 미리 파악해 놓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김EE는 위 호텔 인근의 가장 큰 대학병원인 아스완병원에 바로 구급차를 요청하였고, 김EE가 위 03:00경 망인의 방을 방문했을 당시 이미 망인의 의식이 상당히 불명이었던 데다 위 호텔 로비로 옮겨진 망인은 곧 피부가 단단히 굳으며 파랗게 변한 것으로 보이는바(망인에 대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사망 시각도 알 수 없으나, 망인은 위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위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⑤ 결국 망인에 대한 응급조치와 치료가 늦어진 것은 망인이 위독한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 새벽이어서 그 발견 자체가 늦어진데다가 호출을 받고도 구급차 출동에 1시간이 걸린 이집트 현지의 열악한 의료 시스템에 기인한 바가 커 보이는 점,

⑥ 한편 김EE는 망인을 태운 구급차에 동승하지 않았으나 이는 병원 치료에 필요한 망인과 원고 김AA의 여권을 챙기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피고의 현지 직원이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망인의 상태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가 망인과 원고 김AA가 처한 개별적·구체적 상황에서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거나 그러한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 역시 이유 없다.

4) 소결론

앞서 본 것처럼 피고가 망인과 원고 김AA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하고, 원고 김AA가 아메바증에 감염되었다고 볼 수 없는바, 원고들의 청구는 손해배상의 액수 등 나머지 점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유석동(재판장), 나우상, 이진규


작성일   2020-06-11 오전 11:25:55 조회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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